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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10 16:54
직장사목부 이스라엘 성지순례 후기 (1)
 글쓴이 : 남석우
조회 : 6,617  
   순례일정.hwp (37.5K) [40] DATE : 2013-03-10 16:54:48

2013년 직장사목부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2월 23일(토)부터 3월 3일(일)일까지 신부님 두 분(임의준 프란치스코 신부님, 최수호 그레고리오 신부님)과 직장인 및 그 가족 등 총 21명이 함께하였다. 순례는 갈릴래아 지방에서 예루살렘에 이르는 여정으로 이루어졌다. 자세한 순례일정을 첨부하였다.

순례 첫날은 바닷가의 카이사리아의 로마 유적지 방문에 이어 카르멜산을 순례하였으며, 오후 늦게부터 갈릴래아 지역 순례 일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순간이 무척 기다려졌고 또 기대가 되었다. 웬지 나는 ‘갈릴래아’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었다. 예수님께서 가장 오래 머물러 계시며 가르치시고 많은 행적을 일으키셨던 곳. 우리는 갈릴래아에서 예수님의 지나가셨던 행적을 한 곳 한 곳 밟으며 순례를 진행했다. 혼인 잔치와 왕실관리 아들을 고쳐주셨던 카나와 예수님이 성장하신 곳 나자렛, 거룩한 변모의 타볼산, 빵을 많게 한 기적을 일으키시고 또 행복선언을 하신 타브가, 카파르나움 등...

우리 부부와 또 부부로 온 세 팀, 모두 네 팀이 카나에서 혼인 갱신식을 했다.
혼인할 때의 그 첫 마음을 다시 되새기며 남은 세월 더욱 사랑하며 살라고 하신다.
가물가물했던 혼배 성사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임신부님이 주례를 서셨고 그 장면을 최신부님께서 자랑하시는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주셨다.
이제 인증샷까지 찍혔으니 옆에 있는 사람과 남은 세월을 함께 가야만 하나보다...ㅎㅎ 그 날 저녁 혼인 갱신식을 한 부부들은 신부님과 가이드 형제님, 팀원들과 함께 포도주로 즐거운 축하 파티를 하였다. 

‘참 행복선언 성당’에서 갈릴래아 호수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여덟가지 행복에 대한 복음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다시 새기라고 임신부님께서 낭랑한 목소리로 성가 37번 ‘행복한 사람들‘을 노래하셨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결국 하늘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사는 우리에게 마음이 가난해야 한다고 하신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였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지만, 이동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갈릴래아 지방은 참으로 넓었다. 직접 다녀보니 예수님이 활동하신 거리가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조금은 가늠이 되며 놀라웠다.
아, 이 넓은 곳을......날씨도 무덥고 척박한 이 악조건에.....예수님은 일일이 걸어다니시며 가르치시고 아프고 소외되고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신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에 그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애잔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는 갈릴래아 호숫가에 있는 숙소에 3일 동안 머물렀는데 일생 동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 받은 것 같았다. 갈릴래아 호수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갈릴래아 호수는 호수라 불리기보다 차라리 바다라 함이 옳을 것 같았다.
성경에서만 듣고 배웠던 지식이 전부인 나에게는 갈릴래아 호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도 넓고 컸다. 그래서 갈릴래아 바다로 불리기도 한다고, 바닷물이 짜서 바다가 아니라 커서 그리도 불리는 거라고 가이드 형제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저녁을 일찍 마치고 갈릴래아 호수를 걸었다.
여기가 바로 예수님이 바라보았던 하늘, 예수님께서 밟으셨던 땅,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호수를 내가 지금 바라보고 걷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그리움이 밀려왔다.
호수를 거닐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리도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셨던 예수님의 그 열정은 무엇일까, 어떻게 그런 열정을 지닐 수 있을까... 이제 좀 신경 덜 쓰고 마음 고생도 안하고 편한 뒷자리로 물러나서 쉬고자 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하루는 갈릴래아 호수 서쪽에서 동쪽으로 횡단하는 배를 탔다.
그 전날 밤에 세차게 바람이 불어서 최신부님께 걱정을 했더니, 당신이 기도하시면 비와 바람이 멈춘다고,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허허 하시며 큰소리 치셨다.
우리는 웃고 지나갔는데, 신부님의 기도가 역시 하늘에 닿았는지 아침에 눈을 뜨니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은 잔잔해져서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이 아주 즐겁게 횡단을 할 수가 있었다. 배안에서 선원은 아리랑 노래를 틀어주고 태극기를 걸어주어서 우리를 또 한 번 즐겁게 해주었다.
신부님은 이제 사람들 앞에서 더 큰소리를 치시게 되었다. ㅎㅎ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약에 풍랑이 갑자기 세게 불었다면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제자들이 느꼈던 공포와 예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베드로의 수위권 성당에서 드렸던 야외미사 또한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우리는 야외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멋있는 나무들과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갈릴래아 호수를 바라보며 드렸던 미사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그 아름다움과 행복함은 말로는 표현하기가 너무도 부족하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자신을 3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3번을 거듭 물으시고는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오직 그 말씀뿐이시다. 왜? 라는 질책과 후회는 없으시다. 오로지 그저 양들에 대한 걱정뿐...
우리는 그런 양이다. 예수님의 온 마음을 다 차지하고 있는, 예수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런 양...

예리코로 이동 중 요르단강에서 우리는 세례 갱신식을 했다.
모두다 죄를 끊어버리겠다고 선언했는데 돌아서서 금새 또 지금까지 잊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아~~ 이 부실한 기억력, 그리고 기억하고자 노력하지 못했던 나의 나약함이여~~그래서 하느님의 자비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존재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이어서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광야체험을 했다.
날씨가 무척 더웠다. 길은 평탄하지도 않았고 험했으며 절벽 같은 곳도 있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조심조심 걸어야 했는데, 뙤약볕 아래서 길을 걸으며 갈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체험을 끝내자마나 수돗가에 가서 입을 대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우리는 이 체험을 짧은 시간동안 흉내내 본 것 뿐이지만, 정말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먹을 것 마실 것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이런 길을 수십 년 걸어온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오히려 노예생활을 하며 고생을 해도 배불리 먹었던 이집트생활을 그리워하며 모세에게 대들고 항의했던 일들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어서 사해바다 체험을 했다.
모두 수영복을 입고 사해바다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우리들은 물론 신부님의 귀여운 몸매까지 확실히 확인하는 보너스를 얻었다.
사해는 염분이 28-35%까지 돼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고, 그 바닷물은 미네랄이 많아서 그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나니 어느 비싼 마사지 못지않게 온몸이 매끄러워졌다.

순례 넷째날 우리는 드디어 예루살렘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끝없이 이어지는 높은 장벽이 눈에 띄었다. 팔레스티나인들과 삶을 교류하지 않겠다고 쌓아올린 벽...반기문 유엔총장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인들은 더더욱 높은 장벽을 쌓아올렸다고 한다.
예수님은 그 장벽을 허물기 위해, 자신의 이익에만 사로잡혀있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그런 험난한 길을 가셨건만...예수님이 바로 우리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것이 다시 새삼 느껴졌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자 임신부님께서 당신이 그린 그림을 나눠 주셨다.
임신부님은 매일매일 그 날 복음이나 순례지에 관한 그림을 그려 나눠주시곤 하셨는데, 간단한 그 그림 속에 그날 우리가 묵상할 내용이 모두 함축되어 있어서 그날그날 순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참으로 재주가 많으신 임신부님...

그 그림은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사람들의 환호 속에 입성을 하는 그림이었다.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열렬하게 환호를 하였었지. 그러나 그들은 곧이어 자신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예수님께 등을 돌리고 배반을 한다.
그게 바로 나였다. 지금 나는 나에게 서운하게 했다는 이유로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마음을 풀고 먼저 다가서리라. 

우리는 예수님께서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의 배반으로 잡혀가신 바로 그곳, 주님 고뇌 동굴에서 미사를 드렸다.
그 전에 예수님께서는 옆에 있는 올리브 나무 숲에서 고통과 번민에 휩싸 기도하셨다. 꽤나 수많은 세월을 겪어냈을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수난의 운명을 아는 예수님께서 오로지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올리셨던 기도가 떠올랐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마르 14,36)
미사 강론 중, 임프란치스코 신부님께서 예수님께서 겪으셨을 고독함을 말씀하시며 “그렇게 사랑을 쏟았던 제자들까지 모두 도망가고 예수님 옆에는 엄마밖에 없었다”며 울먹이셔서 우리도 모두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좀 떨어진 곳에 ‘베드로 통곡 성당 (닭울음 성당)’이 있다.
이 안에는 예수님을 체포하여 대사제 카야파에게 재판을 받기 전에 예수님을 가두어 두었던 동굴이 있다. 난 여기서 큰 충격과 아픔을 느꼈다.
그냥 나는 예수님이 감옥에 갇혀 있으셨을 거라고만 생각을 하였었다. 그러나 그 감옥은 동굴과 같았는데 천정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예수님을 묶어 그 구멍으로 달아 내려보냈다는 얘기도 있고, 그 구멍으로 던졌다는 얘기도 있다.
아~~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인격조차 예수님에게는 없었다. 나는 지금부터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지켜보아야했다.

우리는 동굴 맨 아래로 내려갔다. 임프란치스코 신부님께서 시편 88장을 낭독하기 시작하셨다. “제 영혼은 불행으로 가득 차고 제 목숨은 저승에 다다랐습니다.....제 눈은 고통으로 흐려졌습니다. 주님, 저는 온종일 당신을 부르며 당신께 제 두 손을 펴 듭니다...”
예수님께서 그 깜깜한 동굴에 갇혀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수난을 생각하며 올리셨을 처절한 기도와 고독과 번민이 느껴져 우리 모두는 울음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