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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10 17:03
직장사목부 이스라엘 성지순례 후기 (2)
 글쓴이 : 남석우
조회 : 6,828  

점심을 먹고 ‘다마스커스 문’을 통해 예루살렘 성 안으로 들어가서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였다. 1처에서 9처까지는 순례단이 서로 나누어 십자가를 지고 걸었다.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좁은 길 양 옆에 상점들이 많아 혼잡했으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걷는 우리의 기도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9처까지 가서 십자가를 내려놓고 예수 무덤 대성당으로 들어가 십자가의 길을 계속하였다. 

10처 벽화 앞에 섰다. 예수님 옷 벗김 당하시는 장면이다. 아, 예수님의 수치와 모멸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왜 자신의 아들이 그런 수난을 당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으셨던 성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옆에 서 있던 아내도 정신을 못차리고 울고 있었다.

우리도 살다보면 이렇게 이유도 모르고 고통을 겪어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성모님은 가장 큰 위로자가 되어 우리를 이끌어 주실 것이다. “끝까지 하느님을 붙들고 있어라. 하느님 뜻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믿고 의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그러다보면 길이 열린다고... 

11처 벽화는 예수님을 못박는 장면이다. 인간의 잔인함의 끝은 어디일까?
성모님이 지켜보시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옆에서 울고 있다. 11처에 앞에서 새벽미사를 드렸다. 최신부님께서 본인 관상 중 십자가에 못을 밖는 자신을 보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다시 보니 십자가에 못을 밖는 내가 겹쳐서 보인다
. 

우리는 그 옆 예수님이 매달리셨던 골고타 언덕을 무릎을 꿇고 경배를 하였다
.
그리고 13처로 내려왔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이 시신을 내려 성모님이 품안에 안으신다. 그 절규를 누가 들을 수 있으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피투성이가 된 자식을 품에 안으신 성모님의 고통을 누가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는 말인가
.
끝까지 십자가의 길을 함께 하신 어머니 성모님, 끝까지 하느님께 충실한 신앙을 보이신 어머니 성모님. 우리도 어머니를 따라 하느님의 충실한 자녀로 살게 도와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14처 예수님의 무덤에서 경배를 하며 그 무덤에 나의 지난 날의 죄와 거짓과 과오들, 그리고 아픔과 슬픔과 비겁함을 모두 함께 묻었다. 나는 새로 태어나고 싶었다.  

순례의 마지막 미사를 우리는 엠마오에서 드렸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엠마오에서 우리도 새로운 삶을 다짐하며 정성을 다해 미사를 드렸다.
한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포옹을 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다. 고통과 죽음을 뚫고 피어난 평화, 예수님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를 서로에게 빌며 기쁨을 누렸다
.
마침 성가로 “주 하느님 크시도다”를 소리 높여 부르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
그리고 마음 속으로 내가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살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다른 이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 

9일 동안의 순례는 정말 나에게는 너무도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
그래도 여러 날이 되어서 그런지 몸은 조금 지쳐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자 집에서 나를 반겨줄 가족과 따뜻한 집이 그리워졌다
.
그래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놓고 나를 따뜻하게 사랑으로 맞이해줄 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몸은 긴 여행길에 지칠대로 지쳐있는데 나를 맞이해 주고 편해 쉴 곳이 없다면 그런 슬픔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맞다, 바로 예수님은 우리가 긴 순례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 주시며 온갖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고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자 그 수난의 길을 가신 것이다
.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지며 행복함이 밀려왔다
.
이렇게 우리는 9일의 순례 여정을 마쳤다.  

한사람 한사람 각자가 느낀 바들이 다 다르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삶으로 살아내느냐는 이제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숙소에 들어갈 때마다 각 방 문설주마다 박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이드 형제님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 신명기 6장 4-5절의 내용이 그 안에 들어있어서 그들은 그 것을 볼 때마다 거기에 입을 맞추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즉 셰마, 이스라엘!!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그들의 삶이 어떠하든 자신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 또한 무슬림들도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고 한다. 어느 날 우리가 순례를 마치고 버스로 돌아왔는데 기사 무하메드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버스 앞에서 자리를 깔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말 없이 기도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웠다.

우리도 이번 순례 여정에서 깨달은 귀중한 체험들을, 어떻게든 각자의 방법대로 기억하고자 노력할 때 그 시간은 더욱 값지게 삶으로 표현되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이스라엘 순례 일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최신부님은 이번이 4번째 이스라엘 방문이라고 하신다. 함께 지내다보니 이번에는 철저히 우리 순례객들을 위해 오신 것 같았다. 매 순례지마다, 또 각 개인의 추억을 위해 필요하다 싶으실 때마다 사진을 찍어주시고, 강론때 마다 피와 살이 되는 말씀으로 우리의 하루를 이끌어주시기도 하셨다. 순례객들이 이탈될까봐 맨 뒤에서 늘 챙기시며 특유의 유머로 시간 시간들을 풍요롭게 해주셨다. 

임신부님은 매일 그 날 일정을 묵상할 수 있는 그림으로 또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진솔한 강론으로 우리의 풍요로움을 더해 주셨다.  

가이드 토마스모어 형제님 또한 겸손함과 탁월함으로 그 시간들을 알차게 해주셨고 모든 팀원들 또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로 우리 모두는 그렇게 행복한 순례를 마쳤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린다.


박난희 13-03-14 12:24
 
글을 통해 참으로 은혜로운 성지순례였음이 느껴지네요...
좋은 후기로 은혜로운 여정을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감사 합니다.
항상 우리에게 이 모든 은총을 허락하시는 주님 찬미합니다.  아멘.